[Review] 마지막 45분의 극강의 공포는 거저 견뎌내야…. :: 영화 <랑종> 리뷰

2021. 7. 27. 13:31Movie

영화 <랑종> 공식 포스터

제   목 : 랑종(The Medium)    장   르 : 공포, 스릴러, 드라마    감   독 : 반종 피산다나쿤
출   연 : 나릴야 곤몽콘켓( ), 싸와니 우툼마( ), 씨라니 얀키띠칸(노이 ), 야사카 차이쏜(마닛 )
러닝타임 : 131분    등   급 : 청소년 관람불가    개   봉 : 2021년 7월 14일


컨셉 (Concept)
태국의 샤머니즘에 관한 이야기

스토리 (Story)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 낯선 시골 마을. 집 안, , , 나무, 논밭까지, 이 곳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은 조카 ‘밍’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는 ‘밍’.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밍’과 ‘님’, 그리고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 (네이버 영화소개)


감상평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국내에서도 개봉된 태국 공포영화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함께 제작한 작품인 <랑종>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 라는 장르를 빌어서 영화의 사실감과 공포를 극대화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페이크 다큐’ 영화로는 1999년 <블레어 위치>를 시작으로 2007년 <파라노말 액티비티>, 2008년 <클로버필드> 등이 있습니다. 이제 이런 류의 작품들은 공포와 스릴러 장르에서 익숙하게 마주할 수 있는 영화들입니다. '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이 영화가 실화인지 거짓인지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가'가 ‘페이크 다큐’ 스타일 작품의 흥행을 판가름 하는 기준이 됩니다. <랑종>은 페이크 다큐의 장점을 극대화 하기 위해, <랑종>이 첫 데뷔작인 배우들을 주연배우로 출연시키는 치밀함을 선보입니다.

 

영화 <블레어 위치>, <파라노말 액티비티>, <클로버필드> 공식 포스터

태국은 공항에 승려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만들어져 있을 만큼 전통적인 불교국가이지만, 지방에서는 여러 신들을 숭배하기도 합니다. 영화 <랑종>은 태국 북동부 이산지역에서 바얀 신을 모시는 마을의 이야기로, 조상대대로 바얀 신의 신기를 이어받아 '랑종'(무당)을 맡은 집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랑종이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을 대신해 여동생 ‘님’이 랑종이 되게 한 언니, 그리고 그녀와 결혼한 ‘아산티야’ 가문에 얽힌 원한에 대해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난 악령과 마을을 지키는 선한 신인 바얀 신의 대결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영화 <랑종> 스틸컷 (사진. 네이버 영화)

랑종이 되어 바얀 신을 모시는 ‘님(싸와니 우툼마)’은  형부의 장례식에서 조카 ‘밍(나릴야 곤몽콘켓)’의 이상한 행동을 눈여겨 보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태국의 무당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다큐 촬영팀은 ‘밍’의 신내림 현상에 주목하여 촬영을 이어가게 됩니다.

영화 <랑종> 스틸컷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서 바얀 신은 착한 신 역할을 하는데, 이 신의 랑종인 ‘님’은 조카 ‘밍’에 빙의 된 수 많은 악령을 확인하고 퇴마 의식을 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24시간 CCTV를 통한 촬영 기법으로 ‘밍’에 깃든 악령의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행동을 보여줍니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후반부 45분의 공포는 <곡성>과는 또 다른 몰입감을 주며, 차라리 영화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마저 생기도록 합니다.

영화 <랑종> 스틸컷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서 ‘밍’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공장에 일부러 불을 내어 보험금을 타내려다 실패하자 자살했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빙의가 되는 바람에 실종되었던 ‘밍’을 다시 찾은 곳도 바로 할아버지의 폐공장 이었고, 마지막 퇴마 의식이 진행된 곳도 그 장소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아싼티야’라는 이름이 붙은 저주인형이 비쳐지는 이유는, ‘밍’의 몸속에 빙의 된 악령들이 조상들의 악행으로 쌓여진 것임을 나타냅니다.

또한 태국에서는 개고기가 금지되어 있는데, '밍'의 어머니는 대대로 개고기를 팔아서 돈을 벌었습니다. 이 때문에 퇴마 의식을 준비하던 사람들에게 개의 악령이 깃들게 되어, 퇴마 의식이 중단된 후에 카메라 맨을 향해 달려들게 됩니다. 복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빙의 된 ‘밍’도 현장에 도착하는데, 촬영 내내 불편하게 자신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던 쵤영팀의 카메라를 빼앗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그들에게 카메라를 비추면서 응징합니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의 장르적 특성을 적극 활용하여 영화 속 일을 실제 일어나는 일로 느끼게 하며 더욱 현실감나는 공포로 관객들을 몰아넣습니다.

영화 <랑종> 스틸컷 (사진. 네이버 영화)

허무하게 퇴마 의식 하루 전에 죽어버린 ‘님’의 인터뷰 속에는, 자신이 바얀 신을 제대로 모셨는 지에 대해 회의와 갈등에 빠진 '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복수를 치밀하게 이어가는 악령들과 이를 막으려는 선한 신의 갈등에서, 원한이 대대로 쌓인 악령들의 승리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 <랑종> 스틸컷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랑종>은 낯선 나라의 샤머니즘을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로 치밀하고 사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인간이 쌓은 원한의 결과가 어떻게 응징이 되어 가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악령에 빙의 된 사람의 기의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을 CCTV 촬영으로 간접적이지만 더욱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공포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덕분에 <랑종>은 개봉 4일만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악령에 빙의 된 ‘밍’역을 맡았던 신인 배우 '나릴야 곤몽콘켓'의 CCTV속 연기는, '이것은 영화일 뿐이야'라고 계속 되새기면서 공포감을 참아내게 만들 정도로 혼신의 연기였습니다.

영화 <랑종> 스틸컷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 한국의 대표적 스릴러 감독 ‘나홍진’이 제작을 맡고 태국 공포영화의 거장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조합은 2021년 최고의 공포영화 ‘랑종’을 관객들에게 선사한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영화 <랑종> 공식 포스터

글. 김지원 (브랜드 컨셉영화제 사무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