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8. 09:49ㆍStory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주인공은 드물다. 영화 속 주인공에게는 대개 성장 스토리가 있다. 부족함을 깨닫고 좌절하기도 하고, 시련을 딛고 일어서기도 하며 온전한 하나의 캐릭터로서 완성되어 간다.
그리고 주인공이 시련을 겪을 때 쯔음, 그들의 곁에는 반드시 조력자가 있다. 주인공이 옳고 바른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이들이다. <스파이더 맨>에서 피터 파커의 든든한 지지자인 삼촌, 벤 파커가 그렇고, <킹스맨>에서 주인공 에그시를 킹스맨의 길로 인도하는 해리가 그렇다. 이들은 주인공에게 어떠한 초인적인 능력을 하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의 잠재력을 믿어주며, 조언을 건넬 뿐이다. 단지 그만큼의 행동으로도 주인공은 굳건한 신념을 확립하며, 점차 성장해간다.
그렇다면 영화에서는 어떨까.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조력자는 없을까. 제작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생기고 어려움을 겪을 때, 또는 뭔가 나의 작품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이런 점을 짚어주고 방향을 제안해 줄 멘토가.
이번 브랜드 컨셉영화제의 회의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참가자들에게 브랜드 컨셉영화제가 어떤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단순히 작품을 제출하고, 심사하고, 선발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보다 탁월한 콘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도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의 자문을 구하고자 남산에 위치한 서울예술대학교에 방문했다. 회의에는 유태균 서울예술대학교 부총장, 김지훈 서울예술대학교 영상콘텐츠전공 교수, 영화제 사무국이 참석했다.
2015년 개봉된 영화 <내부자들>을 기억하시는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화된 이 작품은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등의 명대사로 큰 사랑을 받았다. 웹툰 <내부자들>을 만들어 낸 윤태호 작가는 사실 <미생>, <이끼> 등 뛰어난 스토리 전개와 심리묘사, 주옥같은 명대사들로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을 그려낸 실력가다. 그런 그가 이야기가 잘 풀려나가지 않을 때하는 일이 바로 '필사'라 전해진다.
소설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필사'라는 말도 있다. 이미 완성된 훌륭한 작품들을 따라쓰며, 문장구성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전개방식과 같은 큰 그림까지 배우게 된다. 스승의 작품을 필사하며 '실력'을 쌓는 것이다.
필사는 단순히 따라 쓰거나 따라 그리는 수준의 행위가 아니다. 작품을 통해 작가와 대담을 하는 과정이다. 왜 이러한 단어를 선택했고, 이러한 표현법을 쓰게 되었는지. 또 글의 전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배들이 쌓아온 노하우를 천천히 곱씹으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다. 더 탁월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작은 단어부터 문장의 활용, 이야기의 구성까지. 훌륭한 스승과 작품을 보며, 문하생은 배운다.
이는 영화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콘텐츠 제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조언'이 필요하다. 그들의 콘텐츠가 어떤 점이 뛰어나고,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지. 때로는 콘텐츠의 기획과 구성에 대한 부분에서, 때로는 촬영과 편집같은 스킬적인 부분에서도. 보다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으면 더욱 좋으리라. 회의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나왔다. 영화계에 꿈이 있고, 도전하고자 하는 후배들을 위해 가감 없이 팁을 전수해 줄 '멘토'에 대한 이야기다.
현장에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팁과 노하우를 쌓아온 멘토가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팁을 전수하면, 멘티는 그것을 자신만의 작품에 적용해 보완·발전시킨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작품의 퀄리티 향상뿐만 아니라, 참가자 개인이 보다 탁월한 크리에이터가 되는데 커다란 교육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사실 우수작을 선발하고 시상하는 것만으로도 화려하고 멋진, 행사로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구태여 멘토링이라는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는 까닭은, 보다 많은 배움의 기회를 전하고, 더 탁월한 컨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처음부터 완벽하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주인공에게 성장과정이 있듯이, 모든 작품에도 발전 과정이 있고, 또 모든 감독들에게도 성장과정이 있다. 브랜드 컨셉영화제에서 만난 멘토들이 소중한 조력자가 되어, 미래의 감독들에게 커다란 씨앗으로 남기를 바라본다.
글. 최다예 (브랜드 컨셉영화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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